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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 영화 줄거리와 감독 호나스 트루에바

by bonjur3418 2025. 5. 9.

스페인 감독 호나스 트루에바의 신작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는 14년 연인 알레와 알렉스가 이별을 결혼처럼 기념하려는 파티를 준비하며 벌어지는 감정적 소용돌이를 그린 작품입니다. 영화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 영화 속 영화라는 메타적 구조와 풍부한 철학적 레퍼런스를 통해 관계의 본질, 이별의 의미, 그리고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성찰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냅니다. 영화 감상 포인트와 감독의 자전적 시선등 관람평가를 해석해 보겠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 포스터 이미지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 포스터 이미지

영화 줄거리와 감상포인트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는 이별이라는 익숙한 테마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14년을 함께한 커플, 알레와 알렉스는 더 이상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이별을 단순한 상처나 절망으로 치부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알레의 아버지가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만남보다 헤어짐을 기념해야 한다는 다소 도발적인 철학을 실천에 옮기기로 한 이들은, 지인들을 초대해 거창한 이별 파티를 계획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별을 기념한다는 이 독특한 시도는 주변 인물들의 각양각색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처음에는 담담하고 유쾌하게 보이던 두 사람의 표정에도 점차 묘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파티는 점점 결혼식처럼 되어가고, 관객은 묻게 됩니다. 과연 이들은 정말 이별하는 것이며 진정한 해피엔딩은 이별하지 않는 것일까? 쓴맛이 빠진 이별은 과연 가능한가?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영화 안에 또 다른 영화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극 중 인물인 알레는 실제로 영화감독이며, 관객이 보고 있는 이 이야기 자체가 그녀가 편집 중인 영화라는 사실이 중반부에 이르러 드러납니다. 이 메타적인 장치는 단순한 형식적 트릭에 머무르지 않고, 관계의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영화의 중심 주제와 정교하게 얽혀 있습니다. 특히 영화 속 인물들이 알레의 영화에 대해 평가하는 장면은 마치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 자신이 비평가들의 시선을 빌려 자아성찰을 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 영화는 영화감독으로서의 정체성 문제에서 출발했다는 감독의 고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이 영화의 진정성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알레를 연기한 잇사소 아라나와 알렉스를 연기한 비토 산즈는 단순한 배우가 아닌 공동 창작자입니다. 이들은 트루에바 감독이 직접 설립한 독립영화사 로스 일루소스의 멤버로, 이번 영화의 기획과 시나리오 단계부터 깊이 관여해 왔습니다. 특히 잇사소 아라나는 '어거스트 버진'의 시나리오에도 참여하며 트루에바 감독의 여성 캐릭터에 보다 섬세한 깊이를 부여해 온 바 있습니다. 현실적인 감정선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들의 연기는, 이 작품의 정서적 핵심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 영화는 또한 풍부한 레퍼런스를 통해 더욱 입체적인 감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알레가 아버지를 찾아가 이별 파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아버지는 키에르케고르의 철학서 '반복'을 건네며 읽어보라라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소품을 넘어서, 영화 전반의 사유를 이끄는 중요한 모티프로 작용합니다. 이 밖에도 니체, 쇼펜하우어, 헤겔 같은 철학자들부터 잉마르 베리만과 리브 울만, 프랑수아 트뤼포, 할리우드 고전 코미디 감독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언급되며, 하나의 두꺼운 영화적 지층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이 레퍼런스들은 결코 관객을 압도하거나 거리감을 주지 않습니다. 두 인물의 이별을 중심으로 한 진정성 있는 감정선이 항상 중심에 있기 때문에, 철학적이고 지적인 인용들도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는 로맨틱 코미디의 형식을 빌려 관계의 본질에 대해 깊이 질문하는 작품입니다. 이별을 통해 오히려 사랑과 삶, 영화 그리고 예술의 의미를 재구성해내는 이 영화는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의 영화 세계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성숙한 결과물입니다.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고, 실험적이면서도 공감 가능한 이 작품은 그 자체로 관계에 대한 한 편의 철학적 시이자, 관객 모두에게 건네는 발렌타인 카드와도 같습니다.

감독 호나스 트루에바

스페인 출신의 영화감독 호나스 트루에바는 최근 유럽 아트하우스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1981년생인 그는 2010년 첫 장편영화 '에브리 송 이즈 어바웃 미'로 데뷔하며 고야상 신인감독상 후보에 올랐고, 이후 왕성한 창작활동을 통해 총 8편의 영화를 연출해 왔습니다. 트루에바 감독의 작품은 대부분 일상 속에서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조명하고, 도시 풍경과 시간의 흐름을 서사에 녹여내는 데에 탁월한 감각을 보여줍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어거스트 버진'(2019)은 30대 여성의 정체성 탐색과 삶의 전환을 마드리드 여름 축제의 풍경 속에 담아내며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저명한 영화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 톱 10에 이름을 올렸고, 이후 '누가 우릴 막으리'(2021), '와서 직접 봐봐'(2022)까지 연이어 유럽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2024년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로 라벨유로파시네마 상을 수상하며 유럽 영화계에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습니다.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은 독립영화 제작 환경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13년 '로스 일루소스'를 제작한 이후, 당시의 스태프들과 함께 동명의 영화사를 설립해 이후 모든 작품을 공동 작업 형태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사 소속 배우인 잇사소 아라나와 비토 산즈는 그의 최근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창작 단계부터 깊이 협력하고 있습니다. 감독의 영화 세계는 아버지이자 스페인 로맨틱 코미디의 거장인 페르난도 트루에바와는 사뭇 다릅니다. 비록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에서 아버지 페르난도가 배우로 출연해 멘토 역할을 하긴 했지만,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은 보다 사색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영화 언어를 구성해 왔습니다. 그는 바실리오 마틴 파티노, 하이메 로살레스 같은 스페인 작가주의 감독들의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의 영화 철학을 자신의 작업에 깊이 반영하고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실제로 '어 스트 버진'은 로메르의 '녹색광선'(1986)에 대한 오마주로 기획되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은 현실을 정직하게 직시하면서도 인물의 감정선과 내면 풍경을 시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며, 유럽 영화계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의 영화가 어디까지 진화해 나갈지 지켜보는 일은 관객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관람평가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의 신작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는 유럽 영화계에서 드물게 만나는 섬세하면서도 대담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관객과 평단은 이 작품을 두고 쓴맛을 뺀 이별이 가능하다고 믿는 오만함에 대한 웃기고도 슬픈 공격이라고 평하며, 그 안에 담긴 감정의 복합성과 유머의 리듬을 찬탄하였습니다. 'Variety'는 이 영화를 빛나는 감정의 화살에 맞은 작고 재미난 발렌타인 카드에 비유하며, 작지만 깊은 울림을 가진 작품으로 평가했습니다. 'Montevideo Portal'과 'Latido Beat'는 이 작품을 애니 홀에 비견될 만큼 로맨스의 경이로움과 변증법을 담아낸 영화라고 소개했으며, 이별 과정을 결혼 계획처럼 창의적이고 정교하게 펼쳐 보인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단순한 이별극이 아니라, 관계의 종결을 일종의 예술적 사건으로 승화시킨 독창적인 서사 구조를 자랑합니다.'El Mundo'는 심오하면서 섬세하고, 진지하면서 웃긴다는 표현으로, 이 작품이 가진 양가적인 감정을 정확히 짚어냈습니다. 이들은 이 영화가 일상의 시학, 손에 닿는 초월성, 가장 평범한 에로티시즘 같은 보기 드문 기적을 보여준다고 덧붙이며,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이 어떻게 영화적 숭고함으로 탈바꿈하는지를 극찬했습니다. 'Cinemana'는 웃기면서도 감성적이고 지적인 트루에바의 최고작이라 칭하며, 이 작품이 그간 감독이 쌓아온 영화적 어휘의 집약체라고 평가했습니다. 'Caimn Cuadernos de Cine' 역시 지금까지의 감독 작품 중 가장 탄탄하고 복합적이며 흥미진진한 구성이라며, 작품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인정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화와 철학적 인용들 역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용철 평론가는 니체, 쇼펜하우어부터 큐커, 스터지스, 트뤼포의 무덤까지 이어지는 대화의 성찬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며, 이 영화가 단순한 감정의 나열이 아닌, 관계의 진실이라는 주제를 깊숙이 파고들기 때문에 가능한 성취라고 분석했습니다. 극장을 나선 뒤 '반복'을 펼쳐 드는 순간, 깨달음의 기쁨이 찾아온다는 그의 평은 이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철학적 울림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정성일 평론가는 호나스 트루에바가 나보다 더 많이 프랑수아 트뤼포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 영화의 형식과 감성이 프랑스 누벨바그의 정수를 계승하고 있음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작별과 재회의 방식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진실성에 깊이 뭉클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외에도 'Screen Daily'는 영화적 유희와 철학적 유혹을 넘어서, 주인공 커플이 관계와 캐릭터에 대한 관객의 갈증을 만족시킨다고 평했으며, 'International Cinephile Society'는 덧없는 아름다움에 백기를 드는 진실한 시도라는 말로 이 작품의 본질을 꿰뚫었습니다. 또한 'Next Best Picture'는 예리하면서도 친숙한, 마지막까지 놀라운 영화라고, 'ScreenAnarchy'는 이별 코미디 장르에 현대적 감각과 미묘한 차이를 불어넣었다고 평가하며 이 작품의 혁신성을 조명했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이별이라는 주제를 통해 사랑, 관계,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시네마적 체험입니다. 웃음과 눈물, 철학과 감성, 대화와 침묵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이끄는 이 영화는,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의 가장 원숙한 걸작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